《헐거운 전시 Loosely Seen》

바이노웨어
2023. 06. 24 - 2023. 07. 25 

전시를 하려면 작업이 완성되어야 하는데 개념에 완성이란 것이 있는지 선생님께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종종 내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보다 어떤 시점에 전시를 보여주어야 하는지가 더 궁금했다. 전시를 관람할 때는 늘 완결되어 보이는 기획과 작품이 있었고, 그들을 보는 것이 익숙한 나는 미숙한 상태의 나를 내보이는 것이 꺼려졌다. 그래서 이번 나의 첫 개인전은 헐겁고 완결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작품, 그 자체가 작품의 내용이 되고 전시가 되었다.

2년여간 거울의 반사를 이용해 현실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거울은 대상의 '정확한' 상을 비추기 때문에 이게 '진짜'라는 환영, 허상,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나는 한동안, ‘정확한=진짜’로 믿고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만질 수 없는 허상과 현실의 괴리는 점점 커졌고 거울의 표면이 매우 가식적이고 피상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거울의 배신감을 긁어내기로 했다. 반사면이 사라지면 원래 재료인 유리가 드러나고, 내 '뒤'를 반사하는 표면을 넘어 내 시선의 '앞'을 보여준다. 거울에 대한 ‘배신감’ 혹은 ‘답답함’이라는 이상한 감정적 반응에 기인하여 발생한 제거 행위는 지금까지 추적해온 '현실'의 개념에 가능성을 더한다. 반사상이 비추는 피상적인 현실과 그 너머의 생동하는 실제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정확히' 반사되고 있는 피상적인 현실과 그 너머의 생동하는 현실 둘 중 어느 것도 하나만이 '(과거의 단어를 빌어)진짜 현실'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작품을 통해 다뤄온 개념의 '변화하는 상태'와 그들의 '공존', 개념 자체의 '고정성'에 관한 의문을 온전히 드러낸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전시에서 주축이 되는 작품 <매일의 가장 가운데>는 작업에 관한 생각이 변화하는 상태, 더 나아가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변화하는 상태를 시각화하여 내 눈으로 바라보고, '변화'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난 어디에 기대어 이 변화를 불안정한 상태로 받아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분명히 어떤 시점에는 가운데를 판단하지만, 이전의 판단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며 그다음의 가운데는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다. 무엇이 더 가운데일까? 예전 작업을 꺼내보기도 하고 노트를 들춰보기도 하지만 나를 둘러싼 무수히 많은 요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므로 정확한 가운데를 따지는 것이 가능은 한지, 더 나아가 필요한 일인지 묻게 된다. 그저 변화하는 상태를 특정한 물질로 계속해서 기록하며 궁극적인 최종작품보다는 변화 그 자체를 작품으로 선보인다. 작품의 헐거운 상태, 더 나아가 나의 헐거운 상태로 인한 어긋남의 새로운 가능성을 마음껏 감상하고 즐기길 바란다.






매일의 가장 가운데 (20230 설치전경
The Middle of a Day(2023) installation view
(완벽한) 가운데로 향하는 여정 #2(2023) 설치전경
A journey to the (perfect) Middle #2(2023) installation view


약간의 진실 (2023) 설치전경
Part of truth (2023) installation view
약간의 진실, 우연이면서 운명 (2021-2023) 설치전경 
Part of truth, Serendipity (2021-2023) installation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