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된 시야 I 풍경속 거울》
강수빈, 김민지 

공간독립
2022. 10. 26 - 11. 13 











《반사된 시야 I 풍경속 거울》

거울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즉각적인 빛 반사를 통해 상을 비춰주기에 거울 속 시공간은 현재로 인지하게 된다. 반사각을 활용하면 관찰자의 시야에선 볼 수 없는 공간도 마주할 수 있는데 거울을 통해 고개를 돌리지 않고 등 뒤를 살필 수 있고 눈을 치켜뜨지 않아도 위를 볼 수 있다. ‘mirror’(거울)는 광학도구인 명사이지만 ‘반영한다’(reflect)의 동사로도 사용되며 세계를 인식하는 수단이자 상징이다. 공간독립은 이러한 거울을 매개체로 미디어를 바라보는 두 작가의 시선을 《반사된 시야|풍경속 거울》로 선보인다.

반사된 시야
우리는 스마트폰을 하나의 시점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얇은 스크린은 다각도의 세상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나’를 중심으로 짜인 알고리즘을 통해 무한에 가까운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강수빈은 우리가 제공받는 미디어와 그것에 투영되는 ‘나’, 바라보는 ‘나’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폭이 좁은 평면의 거울을 이어 붙이고 기울기를 주며 비정형 입체 조형물로 제작한다. 자잘하게 나눠진 거울은 상을 분절시키고 거울이 가진 각도로 인해 온전한 ‘나’ 또는 주변의 풍경을 인식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삼각기둥의 외면 또는 내면에 거울을 부착해 연속적으로 배치한 작품은 상(像)에 왜곡을 주며 인지의 불확실성과 불편함을 가져온다. 강수빈의 작품은 관람자가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도 다각도의 시야를 획득하게 하는데 이는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현 위치에서 포착할 수 없는 시공간을 제공하는 것과 유사하다.

폭이 규칙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거울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스크롤 할 때 생기는 이미지의 움직임을 통한 속도를 연상하게 한다. 이처럼 작가는 은밀하게 작품 속에 미디어의 특징을 숨겨두었는데 몇몇 작품에 공존하는 파란색의 아크릴은 윈도우의 오류를 상징하는 블루스크린을 떠올리게 하며 변형된 거울의 시각적 오류를 밝히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온라인 세계와 현실세계를 전시장의 변형을 통해 시각적 구현하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전시장에 생성된 두 곡면은 마치 벽면이 부풀어 오른 것처럼 보이며 자연스레 나머지 공간의 부피를 줄어들게 한다. 이는 미디어 가상세계의 증폭과 그로 인해 수축하는 현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부풀어 오른 곡면에 부착된 거울과 줄어든 공간에 매달려 있는 삼각의 비정형 조형물은 두 세계에 존재하는 정보를 가시적으로 나타내고 그에 비친 관찰자는 왜곡되거나 변형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풍경 속 거울
김민지는 거울이 등장하는 영화를 수집해 회화로 재구성한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실사 영화의 특성상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 풍경, 인물이 등장하고 허구의 이야기가 얽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영화 속 시공간에 존재하는 거울은 현실을 투영한 영화의 세계를 다시 한번 투영시킨다. 특히 영화 속 거울은 별도의 특수장비가 없다면 정면으로 등장하기 쉽지 않다. 피사체를 찍는 카메라가 거울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 카메라가 거울에 비치게 되고 그 모습은 영화 속 세계를 붕괴시키기에 관객과 영화, 카메라와 거울은 서로 일정한 거리를 통해 이 세계를 유지한다. 그렇기에 거울이 등장하는 영화 장면은 현실세계와 허구세계의 경계에 있다.

이 경계엔 여러 프레임이 존재한다. 첫째는 영화의 시간을 구성하는 프레임(frame)이다. 영화는 24프레임의 정지된 이미지가 모여 1초의 무빙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이들이 모여 분과 시를 구성한다. 작가는 무빙 이미지에서 하나의 프레임을 선택해 회화로 재현한다. 회화로 재현 과정에서 두 번째 프레임이 등장한다. 회화의 프레임은 화면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분리하는 물리적인 틀로 ‘공간의 구분’이다. ‘시간의 구분’인 영화의 프레임이 작가의 기호에 따라 선별된 것처럼 회화의 틀 또한 그림의 크기, 화면의 변형 등의 주관적 절단이 이뤄진다. 마지막 프레임은 그림 속 (영화 속 거울)이다. 이미 무언가가 비친 상태로 고정된 프레임은 불투명한 상태로 작가의 주관적 개입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 속의 이미지를 변형하게 된다면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던 그림(영화) 속 세계와 그림 속 거울의 세계의 이질성이 강조된다.

강수빈의 작품이 광학도구로의 ‘mirror’에 집중했다면 김민지는 동사로서의 ‘reflect’에 흥미를 느낀다. 무엇을 비추는가, 어떻게 비추는가 보다 그림 속 거울이 등장하며 생기는 이차반영과 다중의 세계를 인식하는 것에 질문을 던진다. 두 작가의 작품이 전시장에 함께 배치되며 복합적인 풍경을 만드는데 김민지의 회화 속 거울에 비친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면 강수빈의 작품이 보이고, 비정형 조형물의 강수빈 작가의 작품은 다시 김민지 작가의 소품들을 비춘다. 공간독립은 관람객이 전시장에 우연히 발생한 작품간의 고리를 발견하고 두 작가가 거울에 투영한 각자의 세계를 감상하기 바란다.

글_김민지


<부푼 벽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합판에 아크릴거울, 51*67*22.5, 2022
<부푼 벽과 조각이 떨어져 나간 흔적>. 철판에 아크릴 거울, 136.5*22.5, 2022